#1.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입주자 한모(33)씨는 사전 점검 때 안방 벽 아래 쪽이 불룩하게 튀어나왔다는 점을 찾아 지적했다. 하지만 하자보수가 미뤄지면서 결국 입주 후에야 보수를 진행하게 됐다. 직원은 "석고보드를 교체해야 할 것 같다"면서 "벽지를 뜯어서 시공해야 하기 때문에 며칠간은 불편할 것 같다. 가구에 가려지면 잘 보이지도 않으니, 그냥 사는 편이 낫지 않겠냐"고 했다. 한씨는 "불편해질 거란 생각에 그냥 넘어갈까 하다가 하자보수를 안해주려는 속셈이 보여 결국 보수를 받았다"고 했다.
하자보수 서비스에 나서는 건설사의 무책임한 태도 탓에 입주자와 건설사간 감정의 골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하자보수 접수 건에 대해 입주자와 상의 없이 무단으로 완료했다고 표시하거나, 하자보수를 차일피일 미루는 방식 등으로 입주자들이 하자보수 받는 것을 포기하도록 꼼수를 부린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건설사의 하자담보 책임기간은 2~5년이지만, ‘곧 고쳐주겠다’면서 차일피일 하자보수를 미룰 경우 입주자가 나설 수 있는 대처 방안은 딱히 없다. 입주자들의 마음은 급해지고 결국 감정 싸움까지 나는 경우도 있다.
◇ 잔금 다 받으면 차일피일 하자보수 미루는 건설사
21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복수의 신축 아파트 입주자협의회와 하자보수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건설사들이 입주기간이 끝나 잔금을 모두 받은 직후부터 하자보수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례를 취합해보면, 건설사들은 ‘일단 부인형’, ‘반(半) 협박형’, ‘입주자 진상 만들기형’ 등이 있다.
입주자가 지적하는 내용에 대해 건설사가 하자보수 대상이 아니라면서 접수 자체를 거부하는 ‘일단 부인형’ 카드를 들고 나오면, 입주자들은 건설사의 대책이 필요한 하자보수 대상이라는 점부터 입증해야 한다. 이 경우 건설사를 협상 테이블에 앉게 하는 데에 큰 힘이 들어간다. 한 신축 아파트의 하자보수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수 차례의 내용 증명, 단지 내 집회 등의 노력을 해야, 건설사 직원이 얼굴을 비춰 얘기를 나눌 수 있다"고 했다.
하자가 맞는다는 점을 입증하면 "공사가 커지는데, 불편해서 살 수 있겠느냐"고 하거나, 입주자가 예민하다고 몰아세운다. 대우건설이 시공한 경기도 인덕원의 엘센트로 입주민은 "비만 오면 천정 도배가 울어서 도배만 세 번을 했다. 그 때마다 가구에 비닐을 씌워야 했고, 공사가 끝나면 물풀을 제거하는 데 힘들었다. 정말 기분이 상했던 것은 하자보수팀이 와서 ‘이렇게 불편한 걸, 그냥 참고 살면 되지 않느냐’, ‘천장만 보고 살거냐’는 식으로 이야기 했던 것"이라고 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66/0000526415?sid=001
[연지연 기자 actress@chosunbiz.com]
하자보수 서비스를 차일피일 미루는 것도 건설사들의 전통적인 대응 방식이다. 자재가 없어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거나, 자재가 들어오면 기술자가 없다는 식이다. 이는 입주기간이 끝나면 사업지의 하자보수 인력이 대폭 축소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도배에 관련된 하자보수가 접수되면, 건설사는 하자보수 한 건만으로 기술자를 불러오기 어렵다며 여러 사례가 모일 때까지 기다린다. 인건비 때문이다. 날짜가 언제로 잡힐지 모르다보니 입주자들은 공지된 하자보수 날짜를 맞추기도 어렵다.